사랑에빠진션

저희 딸이 올 2월에 에어팟 프로를 샀어요. 한달 조금 넘게 쓰다가 등교길에 학교앞 신호등 앞에 있는 하수구 구멍에 에어팟 프로 한쪽을 떨궜습니다. 하교후 바로 학원에 가야하고 등교할때도 바빠서 이틀을 하수구 안에 두었다는데요. 엄마인 저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며 매일 일기예보를 봤다고 해요. 행여라도 비가 올까봐 노심초사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딸이 아끼는 보물1호 거든요. 다행히 하수구안에는 물이 고여있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이틀이 지나 학원이 끝난 딸을 픽업하러 갔더니 자기와 같이 학교앞 하수구 구멍에 가자는 겁니다. 에어팟을 구출하자고요. 고가의 제품이기에 저도 너무 걱정이 되어 같이 에어팟프로를 구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큰딸, 작은딸, 엄마인 저 셋이 하수구로 출동하였지요.

 

에어팟은 사용하기에 참 편리하지만 잃어버리면 답이 없네요. 인터넷에 보니 한쪽씩만도 판매하긴 하던데 비싸네요. 한번 샀으면 잃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쓰는게 좋을것 같아요. 딸아 제발 덜렁대지 말고 조심하자. 2월 당시 에어팟프로는 30만원대 였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깊었어요. 하수구도 깊이가 얕은데가 있고 깊은데가 있는데 여긴 너무 깊더라고요. 각종 쓰레기와 꽁초, 낙엽들이 많이 있었어요. 잘 안보여서 확대해서 찍었는데 보이시죠. 에어팟 한쪽. 불쌍한 새키. 금방 구해줄게. 물이 없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요.

자 이제 하수구에 빠진 에어팟을 어떻게 구출하느냐? 방법을 설명해 드릴게요.

 

준비물 : 나무젓가락, 스카치테이프, 껌한통

 

하수구 깊이에 맞춰 나무젓가락을 연결해 스카치테이프로 붙입니다. 주의할점은 연결하는 부분을 아주 잘 감아주어 끄덕거리지 않게 단단하게 고정합니다. 껌을 열나게 씹습니다. 단물이 다 빠진 껌을 나무젓가락 끝에 바릅니다. 에어팟을 껌에 콕 찍어 올립니다. 참 쉽죠잉~

이렇게 나무젓가락 끝에 껌이 잘 떨어지지 않도록 감싼뒤 잘 발라서 모양을 잡아줍니다. 오른쪽 사진은 한번 실패해서 이물질이 붙은 사진이에요. 접착력이 감소했을까봐서 새로 씹어서 껌을 덧발랐습니다. 아! 이 나이에 야밤에 하수구에서 별짓 다합니다. 여자셋이 하수구를 중심으로 모여 이게 뭔일인가요. 와중에 코로나 걱정되서 셋이 마스크는 다 쓰고 모여서 작은애는 후래쉬를 비추고 큰애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저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와중에 포스팅욕심.

처음에 생각했던것보다 너무 깊어서 젓가락을 떨궜어요. 그래서 껌도 더럽혀진것이고 나무젓가락을 이용해서 우리가 만든 긴 젓가락봉을 꺼내 다시 젓가락을 이어붙여 더 길게 만들었습니다. 이런일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꼭 하수구 길이를 잘 측정해서 젓가락이 떨어지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랍니다. 나무젓가락이 하수구로 내려가는동안 셋다 긴장해서 집중해서 쳐다보았네요.

그야말로 껌딱지에 붙은 에어팟프로. 구출했습니다. 한번에 찍어 구출했어요. 에어팟은 닦으면 되니까요. 차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조수석에 앉은 딸은 연신 에어팟을 닦고 닦고 또 닦았답니다.

집나갔다 돌아온 꼬질꼬질한 에어팟 프로입니다. 너를 찾아서 정말 너무너무 다행이야. 다시는 떠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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